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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년 6월 6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올해의 영화'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 이상일 감독의 **'국보' (国宝)**를 깊이 있게 리뷰하려 합니다.
'악인', '분노', '유랑하는 달' 등 인간의 심연을 파고드는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 온 이상일 감독이 '악인'과 '분노'의 원작자인 요시다 슈이치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스타 요시자와 료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전통 예능 '가부키', 그중에서도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온나가타(女形)'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남자가 자신의 운명을 넘어 '국보'라 불리는 예술 그 자체가 되어가는 처절하고도 황홀한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입니다.

1️⃣ 줄거리 : 야쿠자의 아들, 가부키의 운명을 짊어지다
'국보'의 이야기는 가장 비천한 곳에서 시작하여 가장 고귀한 예술의 정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주인공 '키쿠노스케'는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폭력과 배신이 난무하는 거친 세계에서 자라난 그에게 '예술'이란 가장 거리가 먼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서 튕겨져 나온 그는, 정반대의 세계, 즉 수백 년의 전통과 엄격한 규율로 가득 찬 명문 가부키 집안 '탄보' 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키쿠노스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숙명, 바로 무대 위에서 여자보다 더 완벽한 '여성'을 연기하는 '온나가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영화는 키쿠노스케가 가부키의 'ㄱ'자도 모르는 문외한에서 시작하여, 피를 깎는 훈련과 내면의 고뇌, 그리고 '진짜' 가부키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라이벌 '슌스케'와의 지독한 경쟁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수십 년의 세월을 따라갑니다. 이 줄거리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신의 뿌리(야쿠자)를 부정하고, 자신의 성(남성)을 지워내며, 오직 무대 위에서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제물로 바치는 한 예술가의 처절한 투쟁기입니다. 과연 그는 타고난 핏줄과 운명의 굴레를 넘어, 단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최고의 명예, '국보'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요?
2️⃣ 주요 등장인물 및 배우 : 스크린을 찢는 광기 어린 열연
'국보'의 압도적인 에너지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에서 나옵니다.
- 키쿠노스케 (요시자와 료)
: 이 영화는 '요시자와 료의, 요시자와 료에 의한, 요시자와 료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외모로 청춘 스타의 정점에 섰던 그는, 이 '키쿠노스케' 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습니다. 야쿠자의 아들로서 가진 거친 야성과, 무대 위 '온나가타'로서 보여줘야 할 극도의 섬세함과 요염함이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연기는 그야말로 광기 어립니다. 특히 이 역할을 위해 수년간 가부키와 일본 무용을 연마한 그의 무대 위 모습은, '연기'가 아닌 '빙의'에 가깝습니다.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지워가며 완벽한 '여성'이 되고자 하는 예술가의 집념, 라이벌에 대한 불타는 질투,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향한 분노와 순응을 넘나드는 그의 눈빛은 2시간 40분 내내 관객의 혼을 빼놓습니다. - 슌스케 (요시자와 유)
: '키쿠노스케'의 운명적 라이벌이자, 명문가의 적통(嫡統)을 이어받은 '슌스케'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갖춘, 그야말로 '진짜' 가부키 배우입니다. '키쿠노스케'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잡초'라면, '슌스케'는 온실 속에서 완벽하게 피어난 '꽃'입니다. '키쿠노스케'가 광기와 집념으로 무대를 불태운다면, '슌스케'는 타고난 재능과 기품으로 무대를 장악합니다. 이 두 사람의 지독한 애증과 경쟁 관계는 '국보'라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엔진입니다. - 이상일 감독 & 요시다 슈이치 원작
: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두 축입니다. '악인', '분노'를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쳤던 두 거장은, '국보'에서 그 어두운 에너지를 '예술'이라는 무대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예술을 향한 집념이 어떻게 한 인간을 구원하고 또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이상일 감독 특유의 무겁고 밀도 높은 연출로 집요하게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3️⃣ 전체 리뷰 및 감상평 : 예술에 미친 자들의 지독한 대서사시
'국보'는 편안하게 즐기는 영화가 아닙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은 주인공 '키쿠노스케'의 고통과 환희를 함께 겪으며 스크린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마치 '블랙 스완'이나 '위플래시'가 보여준 '예술적 광기'를, '대부'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같은 '대하드라마'의 스케일로 풀어낸 듯합니다.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라는 낯선 세계를 그저 이국적인 볼거리로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가부키 무대라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배우들의 피와 땀, 지독한 위계질서, 그리고 전통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파고듭니다. 특히 '키쿠노스케'가 '온나가타'가 되어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남성의 육체로 여성의 혼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일종의 '샤머니즘'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숙명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요시자와 료의 신들린 연기와 이상일 감독의 묵직한 연출이 만난 이 작품은, '예술'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열병에 관한 가장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화려한 가부키 무대의 미장센은 눈을 홀리고, 그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후벼 팝니다. 2025년이 가기 전, 반드시 스크린으로 경험해야 할 압도적인 걸작입니다.
4️⃣ 쿠키 영상 유무(없음) : 완벽한 막(幕), 그 이상의 여운
결론부터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영화 '국보'는 엔딩 크레딧 전후로 그 어떠한 쿠키 영상(포스트 크레딧 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장르와 주제, 그리고 무게감을 생각할 때 지극히 당연하고도 완벽한 선택입니다.
'국보'는 한 남자가 태어나서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예술의 정점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수십 년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스포일러 방지)은 주인공 '키쿠노스케'의 기나긴 여정에 대한 완벽한 마침표이자, 그가 도달한 예술적 경지에 대한 장엄한 '막(幕)'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는 다음 편을 예고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며, 관객에게 가벼운 유머나 보너스 컷을 제공할 종류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가슴속에 남는 그 묵직하고도 황홀한 '여운'이야말로, 이 영화가 선사하는 진정한 '쿠키'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관객은 자신이 방금 목격한 한 인간의 처절한 삶과 그가 피워낸 예술의 경지를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마치 전설적인 가부키 공연의 마지막 막이 내린 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박수를 보내는 관객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쿠키 영상을 기다리며 그 감동의 여운을 깨뜨리기보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흐르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키쿠노스케'의 삶을 조용히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