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극장가에, '웰컴 투 동막골'의 따뜻한 판타지를 기억하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차갑고 스타일리시한 범죄 액션 영화 한 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조작된 도시'입니다. 이 영화는 '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현실'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배우 지창욱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처절한 액션과 '사이다'가 터지는 통쾌한 반격을 126분 동안 쉴 틈 없이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단 3분 16초 만에, 나는 완벽한 살인범이 되었다."라는 충격적인 카피처럼, 이 영화는 '디지털 시대의 누명'이 얼마나 잔혹하고 신속하게 한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싸우는 방식 또한 얼마나 '디지털'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포일러 없이, 이 거대한 조작의 실체와 통쾌한 반격의 줄거리, 매력적인 등장인물, 냉철한 총평,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까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 "누군가, 나의 모든 것을 조작하고 있다"
'조작된 도시'의 이야기는 두 개의 극단적인 '현실'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첫 번째 현실은 '가상'입니다.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이 가상 세계(온라인 FPS 게임)에서 '대장'이라 불리며, 완벽한 리더십과 압도적인 전투 능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전설적인 리더입니다. 그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팀원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 현실은 '진짜'입니다. 게임 속 '대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는 태권도 국가대표 유망주였지만 불명예를 안고 제대한 후, PC방에서 게임으로만 세월을 보내는 '백수'이자 'PC방 폐인'입니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 쓰며 잔소리를 듣는 그의 현실은, 게임 속 모습과는 정반대로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두 개의 현실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권유는 "휴대폰을 찾아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의문의 여성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알바'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녀가 알려준 모텔 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휴대폰을 찾아 전달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잠을 깨자마자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하여 그가 어젯밤 들렀던 모텔 방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권유'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님을 절박하게 외치지만, 모든 것이 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현장의 모든 증거물(DNA, 지문, 흉기)부터, 사건 발생 시간의 CCTV 영상까지, 단 3분 16초 만에 그는 완벽한 '살인범'으로 조작되어 있었습니다. 언론은 그를 '악마'로 규정하고, 변호사(오정세)조차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온갖 흉악범이 모인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권유는 교도소 내 절대 권력자 '마덕수'(김상호)의 타깃이 되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바로 그때, '바깥세상'에서 그가 '대장'이라고 불렀던 게임 팀원들이 이 사건에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대인기피증 해커 '여울'(심은경)이 '권유'의 무죄를 확신하고, '대장'을 구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인 팀원들을 현실 세계로 소집합니다. '조작된 도시'의 진짜 이야기는 이처럼 '가상 세계'의 팀원들이 '현실 세계'로 나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에 의해 모든 것이 '조작된'이 도시의 진실을 파헤치고, 자신들의 '대장'을 구하기 위해 불가능한 전쟁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2. 등장인물 및 배우 : '게임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오다
'조작된 도시'는 '캐릭터 플레이'가 매우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팀원'들이 모여 '파티'를 이루는 과정이 핵심적인 재미입니다.
- 권유 (배우: 지창욱)
: 이 영화의 '엔진'이자 '심장'입니다. 지창욱은 이 작품을 통해 '첫 영화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126분을 자신의 에너지로 가득 채웁니다. 그는 게임에 빠진 무기력한 '백수'의 모습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처절하게 구르는 '피해자', 그리고 마침내 각성하여 이 모든 것을 되갚아주는 '액션 영웅'의 모습까지 한 인물이 겪는 극단적인 3단 변신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힐러', 'K2' 등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의 액션 내공이 교도소 격투씬, 쌀 포대를 이용한 탈출 씬, 그리고 후반부의 대규모 카체이싱 씬에서 폭발하며, 관객에게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합니다. - 여울 / 털보 (배우: 심은경)
: 이 '반격 작전'의 '브레인'이자 '네비게이터' 역할입니다. '여울'은 극도의 대인기피증으로 집 밖을 나가지 않지만, 모니터 앞에서는 '신'이 되는 천재 해커입니다. 그녀는 '대장' 권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냅니다. 배우 심은경은 대부분의 등장을 '목소리'와 '뒷모습'으로 처리하면서도, 특유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 연기(욕설 연기)만으로 '여울'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각인시킵니다. 그녀의 '해킹' 능력은 이 영화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합니다. - 데몰리션 / 용도사 (배우: 안재홍)
: 이 팀의 '기술 전문가'이자 '코믹 릴리프'로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이미지를 막 벗어난 안재홍이 천재적인 폭탄(혹은 드론) 전문가 '데몰리션'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어딘가 어설프고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권유'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주며 활약합니다. 안재홍 특유의 넋두리 섞인 생활 연기와 어리숙한 매력은,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민천상 (배우: 오정세)
: '권유'의 국선 변호인입니다.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일 처리가 서툴고 의욕이 없어 보이며, '권유'의 절박한 호소에도 "증거가 너무 완벽하다"며 포기하라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배우 오정세는 '국선 변호인 민천상'이라는 인물을 특유의 '힘 뺀' 연기로 소화하며, '시스템의 무기력함' 혹은 '또 다른 벽'을 상징하는 듯한 모호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 마덕수 (배우: 김상호)
: '권유'가 수감된 교도소의 '왕'인 '마덕수'는 교도소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절대 권력자로, '신입' 권유를 처절하게 짓밟으며 그의 '현실 지옥'을 완성시키는 인물입니다. 배우 김상호는 특유의 서늘한 눈빛과 압도적인 폭력성으로, '권유'가 왜 각성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는 강력한 '중간 보스'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3. 전체 리뷰 : '웰컴 투 동막골' 감독의, 12년 만의 화려한 장르 변주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따뜻한 판타지로 대한민국을 울렸던 박광현 감독이 12년 만에 전혀 다른, 차갑고 스타일리시한 '도시 액션물'로 돌아왔습니다. '조작된 도시'는 한마디로 "한국형 '미션 임파서블'을 꿈꾼, 빠르고 스타일리시한 'K-사이다' 무비"입니다.
- '게임'이 된 '영화'
: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영화 전체가 마치 한 편의 '비디오 게임'처럼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빠른 컷 편집, 현란한 CG, 게임 화면을 연상시키는 UI 오버레이, 그리고 '미션'을 클리어하듯 전개되는 서사 구조는, 관객에게 126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속도감을 선사합니다. - '비현실성'이라는 양날의 검
: '조작된 도시'는 '리얼리즘'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장르적 쾌감'을 선택한 영화입니다. '천재 해커', '천재 폭파범'이 모여 '거대 권력'을 무너뜨린다는 설정은 '만화적 상상력'에 가깝습니다. 특히 '조작'의 실체(스포일러 방지)와 '반격'의 방식은 현실적인 개연성(핍진성)을 따지는 관객에게는 "말도 안 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 그럼에도 '통쾌한' 사이다
: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현실 고발'이 아닌 '판타지 활극'을 지향합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악'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을(乙)'이 자신과 같은 '을'들과 힘을 합쳐 '갑(甲)'에게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서사는 답답한 현실에 지친 관객들에게 강력한 '사이다'를 선사합니다. 특히 '디지털'로 조작당한 주인공이 '디지털'의 힘(해킹, 드론)으로 반격한다는 설정은 2017년 당시 매우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 지창욱의, 지창욱을 위한
: 결국 이 영화는 '배우 지창욱'의 하드캐리 쇼케이스입니다. 그의 처절한 감정 연기와, 스턴트 없이 소화해 낸 고난도 액션(특히 8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는 카체이싱)은 다소 만화적인 설정과 빈약한 개연성이라는 단점을 '볼거리'와 '에너지'로 덮어버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작된 도시'는 깊이 있는 서사나 현실적인 고발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아무 생각 없이 2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킬링타임 팝콘 무비'를 찾는 관객에게는 2017년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습니다.
4. 쿠키 (있음) : "쿠키 영상 1개 존재", 그들의 '진짜' 일상
'조작된 도시'는 126분의 숨 가쁜 질주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잊지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조작된 도시'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1개의 '포스트 크레딧 쿠키' 영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쿠키 영상의 성격 (스포일러 없음)
: 이 쿠키 영상은 시즌 2를 암시하는 '거대한 복선'이나 '클리프행어'가 아닙니다. 대신, 본편의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게임 팀원들'(권유, 여울, 데몰리션 등)의 '완벽한 에필로그(Epilogue)'이자,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영상입니다. - 쿠키 영상의 내용 (힌트)
: (스포일러 방지) 이 쿠키 영상은 이들이 더 이상 '쫓기는 자'나 '루저'가 아니라 '진짜 가족'이자 '팀'이 되어 그들만의 '새로운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냅니다. 본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 '영웅'들이,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가,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이 쿠키가 '필수'인 이유
: 이 쿠키 영상은 '조작된 도시'가 '힐링 무비'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화룡점정'입니다. 본편에서 해결된 '사건'보다 중요한 것은 '가상 세계'에만 존재했던 이 '루저들의 연대'가 '현실 세계'에서도 굳건하게 이어졌다는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 결론
: '조작된 도시'를 완주하셨다면, 마지막 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절대 바로 끄지 마시고, 마지막 1분의 '쿠키 영상'까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 '유쾌하고 따뜻한 에필로그'를 봐야만, '조작된 도시'의 '대장'과 '팀원들'의 여정이 비로소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