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넷플릭스는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고 감각적인 90분의 '체험'을 선사했습니다. 바로 영화 '콜'을 통해 독보적인 미장센과 서스펜스를 선보였던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인 '발레리나'입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그야말로 '스타일'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작품입니다.
"복수는 나의 유일한 예술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이 영화는 팝적인 색감의 영상미와 귀를 찢는 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리고 자비 없는 액션이 어우러져 한 편의 '잔혹 동화' 혹은 '장편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합니다. 과연 이토록 감각적인 복수극은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을까요? 스포일러를 완벽하게 배제한 채, '발레리나'의 지옥 같은 줄거리, 매력적인 배우들, 냉철한 총평,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 유무까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 "내 친구를 위한, 자비 없는 지옥행"
'발레리나'의 이야기는 두 명의 극과 극 '친구'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옥주'(전종서)는 전직 경호원 출신으로 무기, 바이크, 격투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전투 기술에 통달한 인물입니다. 감정 표현이 거의 없고, 세상과 단절된 듯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빛'이 되어 준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순수하고 해맑은 발레리나 '민희'(박유림)입니다. 옥주가 '무력'과 '어둠'을 상징한다면, 민희는 '예술'과 '빛'을 상징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옥주는 민희로부터 마지막 전화를 받지만 닿지 못하고, 곧이어 그녀의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옥주는 민희가 남긴 마지막 편지와 단서들을 통하여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누군가에 의해 끔찍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음을 알게 됩니다. 편지 속에는 단 하나의 부탁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를 위해 복수해 줘."
그 순간부터 옥주의 삶의 목표는 단 하나, '복수'가 됩니다. 그녀는 민희가 남긴 단서를 토대로, 이 모든 비극을 설계한 장본인, '최프로'(김지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를 향한 자비 없는 '지옥행'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발레리나'의 줄거리는 이처럼 옥주가 자신의 모든 능력과 목숨을 걸고, 친구의 원수를 찾아내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과정을 그려낸 90분간의 논스톱 '복수 질주극'입니다. 옥주는 단순한 복수를 넘어, 민희가 겪었을 고통을 되갚아주기 위한 가장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파멸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과연 옥주의 이 처절한 복수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2. 등장인물 및 배우 : '날것'의 전종서 vs '조각'의 김지훈
'발레리나'는 캐릭터들의 복잡한 서사보다는 배우들이 가진 이미지와 에너지가 곧 캐릭터가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강렬한 시너지가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 장옥주 (배우: 전종서)
: 이 영화의 '심장'이자 '엔진'입니다. 전종서는 '버닝', '콜', '종이의 집' 등에서 보여준 예측 불가능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옥주' 캐릭터에 완벽하게 쏟아부었습니다. 그녀는 대사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공허하고 텅 빈 눈빛, 그리고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맹수 같은 '날것'의 액션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합니다. 숏컷 헤어스타일에 바이크를 타고 총을 쏘는 그녀의 모습은 '한계가 없는' 전종서의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그녀는 복수의 과정을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수행'할 뿐이며, 그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더 큰 광기를 느끼게 합니다. - 최프로 (배우: 김지훈)
: 옥주의 유일한 '타깃'이자 이 영화의 메인 빌런입니다. 배우 김지훈은 이 작품을 위해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만들며, '비주얼 쇼크' 그 자체로 등장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최프로'는 겉보기엔 완벽하고 매력적인 부자이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악랄하고 추악한 본성을 숨긴 인물입니다. 그는 옥주의 복수 동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형 악당입니다. 김지훈은 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완벽한 외모와 그에 대비되는 추악한 내면을 연기하며, 전종서의 '날것'과 대척점에 서서 '가공된' 악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 최민희 (배우: 박유림)
: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옥주의 '이유'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박유림이 '민희' 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주로 옥주의 회상이나 과거의 흔적을 통해 등장하지만, 영화 전체의 감성적인 '키'를 쥐고 있습니다. 발레리나라는 설정처럼 그녀의 순수하고 연약한 이미지는 옥주의 잔혹한 복수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옥주의 행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성'과 '슬픔'을 부여합니다. - 특별출연 (배우: 김무열, 그레이)
: 옥주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조력자 역할로 '김무열'이, 그리고 '최프로'의 동료로 음악감독을 맡은 '그레이(GRAY)'가 깜짝 등장하여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의 풍성함을 더합니다.
3. 전체 리뷰 : 90분의 감각적인 '스타일', 그러나 얕은 '서사'
'발레리나'는 이충현 감독의 '콜'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그야말로 '스타일'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이충현 장르'라고 불릴 만한 독보적인 미장센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 압도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 이 영화의 9할은 '스타일'입니다. 강렬한 네온사인 조명,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원색의 대비, 그리고 감각적인 구도로 채워진 모든 컷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여기에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은 '그레이(GRAY)'의 트렌디하고 강렬한 비트의 일렉트로닉/힙합 사운드가 더해져,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마치 한 편의 잘 만든 '다크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 자비 없는 'K-존윅' 액션
: '발레리나'의 액션은 화려함보다는 '처절함'과 '타격감'에 집중합니다. 전종서는 '존 윅'이나 '아토믹 블론드'의 주인공처럼, 총, 칼, 화염방사기, 심지어 주방의 도구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무기로 활용하며 적들을 말 그대로 '박살' 냅니다. 특히 후반부 호텔 복도와 스위트룸에서 벌어지는 1대 다수의 액션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로, 자비 없는 여성 원톱 액션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 단점: 단순함이라는 양날의 검
: 하지만 이 모든 '스타일'에 집중한 나머지, '서사'는 극도로 단순화되었습니다. '착한 내 친구를 죽인 나쁜 놈을 내가 죽인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스토리는 매우 직관적이지만, 그만큼 얕고 평면적입니다. '최프로'를 비롯한 악당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배경 설명 없이, 그저 옥주의 복수를 위한 '기능적'인 악으로만 소모됩니다. '콜'에서 보여준 촘촘한 서스펜스나 복잡한 내러티브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발레리나'는 '서사'보다는 '감각'으로 즐기는 영화입니다. 이충현 감독의 독보적인 비주얼, 전종서의 폭발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레이의 심장을 울리는 비트가 결합된, 2023년 가장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복수극입니다. '스토리'의 빈약함이라는 단점을 '스타일'이라는 압도적인 장점으로 덮어버리는,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그 매력만큼은 확실한 '장르 영화'의 승리입니다.
4. 쿠키 (없음) :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그 '여운'이 쿠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등장하는 별도의 '쿠키 영상'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 쿠키 영상이 없는 이유 (완벽한 닫힌 결말)
: '발레리나'는 속편을 염두에 둔 '세계관'의 시작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벽하게 '닫힌' 하나의 복수극입니다. 옥주의 복수 여정은 영화 본편 안에서 완벽하게 시작되고, 또 완벽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목표였던 '최프로'에 대한 복수가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명확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쿠키 영상'은 사실상 불필요합니다. - '결말'이 곧 '쿠키'다
: 이 영화의 '진짜 쿠키'는, 모든 복수를 마친 옥주의 마지막 '표정'과 그녀가 선택한 '마지막 행동' 그 자체입니다. (스포일러 방지) 이 엔딩은 복수가 성공한 후의 '환희'나 '기쁨'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태운 자의 '공허함', '슬픔', 그리고 친구 '민희'를 향한 마지막 '추모'를 담고 있습니다. 이 씁쓸하고도 처절한 여운이야말로 이충현 감독이 관객에게 남기는 가장 강력한 '엔딩 쿠키'입니다. - 여운을 위한 선택
: 만약 이 묵직한 감정의 여운 뒤에, 후속편을 암시하는 복선이나 가벼운 유머러스한 쿠키가 삽입되었다면, '민희'를 위한 옥주의 진혼곡 같았던 영화 전체의 주제 의식이 한순간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쿠키 영상을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옥주와 민희의 슬픈 서사를 온전히 곱씹으며 극장을(혹은 화면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 결론
: 따라서 '발레리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셔도 괜찮습니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모든 감각적인 쾌감과 처절한 여운은 이미 90분의 본편 안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