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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 줄거리/등장인물/전체 리뷰/쿠키 (스포일러 없음)

by Every.any.something 2025. 11. 2.

2025년 10월,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스케일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거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바로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주연,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전란'입니다. 우리는 흔히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영웅'이나 '승리'를 기대하지만, '전란'은 그 기대를 철저히 배반합니다.

이 영화는 영광스러운 전쟁 영웅담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과 '신분제'라는 잔혹한 시스템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묵직하고도 처절한 '생존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이름값이 증명하듯, 아름답지만 서늘하고, 강렬하지만 씁쓸한 이 지옥도를 스포일러 없이 그 거대한 서막을 열어보겠습니다.

[넥플릭스 영화 '전란' 포스터]

1.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 "전쟁이냐, 신분이냐. 무엇이 더 지옥인가"

'전란'의 이야기는 왜군의 침략으로 조선 전체가 혼돈에 빠진 임진왜란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거북선이나 위대한 장군을 비추는 대신 하여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 '천영'(강동원)은 '종'입니다. 그는 조선 최고의 검술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노비'라는 신분의 굴레에 갇혀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이자, 동시에 그의 '주인'인 사대부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가 있습니다.

종려는 천영의 비범한 능력을 동경하면서도, 그를 신분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과거(무과)에 급제하여 왕(선조)을 지키는 무관이 되는, 즉 '시스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평화롭던(혹은 억눌려있던) 두 사람의 삶은, '전란'이 터지면서 뿌리부터 흔들립니다. 왜군이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밀고 들어오자, 왕 '선조'(차승원)는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파천(몽진)을 떠납니다. 국가는 사실상 마비되고, 신분 질서는 무너집니다. 종려는 무관으로서 왕을 호위하며 그 비겁한 도피 행렬에 동참하게 되고, 천영은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신을 억압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듯이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뛰어듭니다.

'전란'의 줄거리는 이처럼,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과 '신분'이라는 내적 굴레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한 명은 무너진 시스템이라도 지키려는 자(종려)가 되고, 다른 한 명은 그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려는 듯한 존재(천영)가 되어, 결국 가장 참혹한 전장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운명에 처합니다. 영화는 이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통하여 '누가 진짜 적이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왜군의 침략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백성을 버린 왕과 그들을 억압했던 신분제라는 '내부의 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죠.


2. 등장인물 및 배우 : 강동원의 '눈', 박정민의 '얼굴', 차승원의 '등'

'전란'의 묵직한 서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완성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완벽한 '삼각편대'를 이룹니다.

  • 천영 (배우: 강동원)
    :
    이 영화의 '검(劍)'이자 '분노'입니다. '천영'은 천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말(言) 대신 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초능력자'나 '검은 사제들'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아름다운 액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하고 '동물적인' 검술을 선보입니다. 그는 대사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세상을 향한 분노와 체념, 그리고 살고자 하는 본능이 뒤섞인 깊은 '눈빛' 연기만으로 '천영'이라는 캐릭터의 모든 것을 설득시킵니다. 흙과 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은 이 영화의 처절한 정서를 상징하는 그 자체입니다.
  • 종려 (배우: 박정민)
    :
    이 영화의 '방패(盾)'이자 '고뇌'입니다. '종려'는 천영의 친구이자 주인이었으며, 이제는 왕의 무관이 된 시스템의 수호자입니다. 박정민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하고 입체적인 내면을 연기합니다. 그는 천영에 대한 우정과 열등감, 그리고 왕(선조)에 대한 충성심과 환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명분'을 지키려는 그의 '얼굴'은 이 영화의 드라마틱한 갈등을 이끌어가는 핵심 축입니다. 강동원의 뜨거운 '분노'와 박정민의 차가운 '이성'이 충돌하는 모든 순간이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 선조 (배우: 차승원)
    :
    이 영화의 '근원'이자 '비겁함'입니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선조'는 우리가 알던 근엄한 왕이 아닙니다. 그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자신을 지키러 온 의병들(백성)의 무력이 자신(왕권)을 향할까 봐 두려워하는, 편집증적이고 나약하며 비겁한 '인간'입니다. 차승원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걷어내고, 백성을 향한 '등'을 보인 채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왕의 모습을 서늘할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하며 '전란'이라는 제목에 '반란(Revolt)'의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 그 외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
    '범동'(김신록)은 전쟁 속에서 스스로 무기를 든 강인한 의병장의 모습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김자령'(진선규)은 '선조'의 곁을 지키는 충직한 장수로 '종려'와는 또 다른 충(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겐신'(정성일)은 잔혹한 일본군 장수로 등장하여 압도적인 위압감을 선사합니다.

3. 전체 리뷰 : '박찬욱'의 숨결이 깃든, 가장 춥고 잔혹한 K-블록버스터

'전란'은 '넷플릭스'와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만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이면서도 가장 상업적인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2025년 가장 묵직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국수주의적 애국심'을 뺀 리얼리즘
    :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국수주의적 애국심'과 '통쾌함'을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점입니다. '전란'은 임진왜란을 다루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고통받았다'에 집중합니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과 신분제의 모순을 그 어떤 타협도 없는 날것 그대로 스크린에 쏟아냅니다.
  • 압도적인 미장센과 '더러운' 액션
    :
    박찬욱 사단의 미술팀이 구현해낸 16세기 조선은 화려한 궁궐이 아닌 흙먼지와 진흙탕, 피와 비명으로 가득 찬 '지옥도' 그 자체입니다. 액션 시퀀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동원의 검술은 '아름다움'이 아닌 '처절함'에 맞춰져 있습니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보다, 살과 뼈가 부서지는 소리, 흙탕물 속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이는 '명량'의 스펙터클과는 정반대에 있는 지독하게 리얼하고 무거운 '전투'입니다.
  • '전쟁'보다 무서운 '계급'
    :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전쟁(War)'이 아닌 '반란(Revolt)'입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때, '왕'이 나를 버렸을 때, 나의 '충성'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천영'과 '종려'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생존'과 '체제'라는 두 가지 신념의 충돌입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어둡고 비판적인 시선이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

물론, 이러한 묵직함은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통쾌한 전쟁 영웅담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전란'의 어둡고 씁쓸하며 느린 호흡이 다소 불편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레버넌트'나 '글래디에이터'처럼 한 인간이 시대를 뚫고 나아가는 처절한 드라마와 예술적인 미장센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전란'은 2025년 최고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4. 쿠키 (없음) :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그 '침묵'이 쿠키입니다"

'전란'과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넷플릭스 블록버스터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엔딩 크레딧 이후의 '쿠키 영상'을 기대하게 됩니다. 혹시 시즌 2를 암시하거나, '천영'의 그 이후를 보여주는 에필로그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란'은 엔딩 크레딧 전후를 통틀어 어떠한 쿠키 영상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 쿠키가 없는 이유 (작품의 완성도)
    :
    이는 박찬욱 감독 제작 작품다운 매우 의도적이고 현명한 선택입니다. '전란'은 13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처절하게 밀어붙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천영'과 '종려', 그리고 '선조'의 운명이 엇갈리는,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씁쓸한 이미지로 끝을 맺습니다.
  • 여운을 위한 선택
    :
    이 묵직하고도 긴 여운 뒤에 만약 후속편을 암시하는 복선이나 가벼운 에필로그가 붙었다면, 영화가 공들여 쌓아 올린 모든 감정선과 주제 의식이 한순간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전란'은 관객에게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는 영화가 아니라, '방금 본 이야기'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 진짜 '쿠키'는 크레딧의 '침묵'
    :
    이 영화의 '진짜 쿠키'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무겁고 장엄한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끝난 뒤 찾아오는 '침묵' 그 자체입니다. 관객은 그 침묵 속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천영의 분노는 과연 정당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 결론
    :
    따라서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추가 영상을 기다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대신, 자리에 잠시 앉아 이 거대하고 씁쓸한 서사가 남긴 묵직한 여운을 온전히 느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것이 '전란'을 제대로 감상하는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