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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왕좌의 게임' 이후 거대 판타지 장르에 목말라 있던 전 세계 시청자들 앞에 넷플릭스는 '위쳐'라는 압도적인 세계관을 선보였습니다.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게임 '위쳐 3'의 세계적인 팬덤을 등에 업고, 무엇보다 '게롤트' 그 자체였던 헨리 카빌을 앞세운 이 시리즈는 즉각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2025년 현재, 시즌 3까지 마무리되며 헨리 카빌의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위쳐'는 과연 '왕좌의 게임'의 뒤를 잇는 불멸의 판타지 명작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거대한 기대 속에 길을 잃었을까요? 스포일러를 완벽하게 배제한 채, '위쳐' 시즌 1~3의 거대한 줄거리, 핵심 등장인물, 냉철한 총평, 그리고 시즌 4를 향한 마지막 '쿠키'까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 "운명은 검이다, 당신은 그 양날의 검이다"
'위쳐'의 이야기는 '대륙'이라 불리는 거대한 땅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곳은 인간, 엘프, 드워프 등 여러 종족이 뒤섞여 살아가며, 끔찍한 괴물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척박한 땅입니다. 그리고 이 괴물들을 돈을 받고 사냥하는 '돌연변이' 존재가 있으니, 그들을 바로 '위쳐'라고 부릅니다.
시즌 1 : 운명의 서막 (엇갈린 시간)
시즌 1은 이 거대한 세계관의 세 명의 주인공을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조명하며 시작합니다.
* 이 '시간대 교차'는 시즌 1의 가장 큰 특징이자 진입 장벽이었습니다.
- 첫 번째 인물, '리비아의 게롤트'(헨리 카빌)
: 그는 백발의 위쳐로 괴물을 사냥하며 살아가지만 인간들에게는 괴물보다 더한 취급을 받습니다. 그는 냉소적인 태도로 '중립'을 지키려 하지만, '운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점차 거대한 사건의 중심으로 휘말리게 됩니다.
- 두 번째 인물, '벤거버그의 예니퍼'(안야 차로트라)
: 꼽추라는 멸시 속에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우연히 마법 학교 '아레투자'에 입학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고 강력한 마법사로 거듭납니다. 그녀는 '힘'과 '아름다움', 그리고 잃어버린 '선택권'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겁니다.
- 세 번째 인물, '시리'(프레이아 앨런)
: 강대국 신트라의 공주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왕국이 '닐프가드'라는 거대 제국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목격하고,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리비아의 게롤트를 찾으라"는 말만 간직한 채 처절한 도주를 시작합니다.
시즌 1은 이 세 사람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마침내 '운명'의 힘으로 하나의 시간대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즌 2 & 3: 운명의 집결, 그리고 전쟁 (하나의 시간)
시즌 2부터 시간대는 하나로 통일됩니다. 마침내 만난 '게롤트'와 '시리'입니다. 게롤트는 시리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위쳐들의 본거지 '케어 모헨'으로 데려가 훈련시킵니다. 한편, 거대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예니퍼'는 힘의 대가를 치르며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합니다.
곧, '시리'가 단순한 공주가 아닌 세상을 파괴할 수도, 혹은 구원할 수도 있는 '고대 혈통의 힘'을 지녔음이 밝혀집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륙의 모든 세력인 닐프가드 제국, 북부 왕국들, 엘프 반군, 그리고 마법사 집단이 각자의 이유로 시리를 손에 넣기 위한 '시리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시즌 2와 3은 게롤트와 예니퍼가 모든 위협에 맞서 '시리'를 지키고, 그녀가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도록 가르치며 위태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대륙의 정세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로 치닫게 되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배신과 음모 속에서 세 사람은 또다시 흩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2. 등장인물 및 배우 : 완벽했던 헨리 카빌, 그리고 빛나는 여성 서사
'위쳐'의 성공은 단연코 '헨리 카빌'이라는 배우의 힘이었지만, 그를 둘러싼 두 여성 캐릭터의 입체적인 서사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 리비아의 게롤트 (배우: 헨리 카빌 / S1~S3)
: 이 드라마의 '심장'이자 '영혼'입니다. 헨리 카빌은 단순히 근육질의 액션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원작 소설과 게임의 '광팬'으로서 게롤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인 "Hmm..."이라는 추임새, 그리고 괴물보다 인간을 더 불신하는 깊은 고뇌를 완벽하게 체화했습니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검술 액션(특히 시즌 1의 블라비켄 전투)은 판타지 장르 역사상 최고의 액션 시퀀스로 꼽힙니다. 시즌 3을 끝으로 하차한 그의 모습은 '위쳐' 팬들에게는 영원한 '전설'로 남았습니다. - 벤거버그의 예니퍼 (배우: 안야 차로트라)
: '위쳐'의 또 다른 주인공이고, '운명'에 의해 게롤트와 묶인 강력한 마법사입니다. 안야 차로트라는 척추가 뒤틀린 소녀의 절망감부터, 세상을 호령하는 마법사의 오만함, 그리고 시리를 만나 모성애에 눈뜨는 모습까지, 예니퍼라는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성장 서사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해 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게롤트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하고 매력적입니다. - 시릴라 / 시리 (배우: 프레이아 앨런)
: 이 거대한 이야기의 '열쇠'입니다. 프레이아 앨런은 시즌 1의 순진하고 겁에 질린 공주에서, 시즌 2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시즌 3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눈뜨는 강인한 생존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녀가 '보호 대상'에서 '스스로 싸우는 자'로 변모하는 모습은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 야스키에르 (배우: 조이 베이티)
: 'Toss a Coin to Your Witcher(위쳐에게 동전을 던져주오)'라는 불멸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게롤트의 절친이자 음유시인입니다. 그는 이 어둡고 무거운 드라마에서 유일한 '빛'이자 '웃음'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게롤트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며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 그 외 (카히르, 프란체스카, 티사이아 등)
: 이 외에도 시리를 쫓는 닐프가드 장교 '카히르'(에이먼 패런), 엘프들의 리더 '프란체스카'(메시아 심슨), 예니퍼의 스승 '티사이아'(미안나 버링) 등 수많은 캐릭터가 각자의 신념과 욕망을 가지고 대륙의 정치판을 복잡하고 흥미롭게 만듭니다.
3. 전체 리뷰 : 헨리 카빌이라는 심장을 잃은 매혹적이지만 길 잃은 거인
'위쳐' 시즌 1~3은 한마디로 '매혹적이지만, 치명적인 결함 또한 명확했던 대작'이었습니다.
- 최고의 장점 (The Good)
: 이 시리즈의 최고 장점은 단연 '세계관'과 '헨리 카빌'이었습니다. 슬라브 신화를 기반으로 한 어둡고, 축축하며, 도덕적 경계가 모호한 '다크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고, 때로는 인간이 괴물보다 더 추악한 세상 속에서 "덜한 악을 선택하라"라고 고뇌하는 게롤트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헨리 카빌의 존재감과 유포테이블을 연상시키는 시즌 1의 압도적인 검술 액션은 그 자체로 '위쳐'의 정체성이었습니다. - 최악의 단점 (The Bad)
: 하지만 '위쳐'는 시즌 2부터 '길'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1의 가장 큰 비판점이었던 '뒤죽박죽 시간대'를 시즌 2에서 해결했지만, 대신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볼레스 메어 등)를 무리하게 삽입하며 팬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게롤트와 시리, 예니퍼라는 핵심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대신에 너무 많은 정치 세력(마법사, 르다니아, 닐프가드, 엘프)의 이야기를 동시에 나열하려다 보니 서사가 산만해지고 속도감이 떨어졌습니다. - 시즌 3의 그림자 (The Ugly)
: 시즌 3는 시즌 2의 비판을 의식해 다시 원작의 핵심 스토리로 돌아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무엇보다 시즌 3 방영 전 터져 나온 '헨리 카빌의 하차' 소식은 이 모든 서사에 거대한 사망 선고처럼 드리워졌습니다. 원작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가 제작진과의 '창의적 견해 차이(원작 훼손 논란)'로 하차한다는 루머는 시즌 3의 모든 장면을 '헨리 카빌의 고별 무대'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위쳐' 시즌 1~3은 '헨리 카빌'이라는 완벽한 심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심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주변의 복잡한 혈관(정치 서사)에만 집중하다가 스스로 무너진 '거인'과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 카빌이 연기한 '게롤트'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3개의 시즌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 쿠키 (없음) : '쿠키'는 없다, '헨리 카빌의 퇴장'이 있을 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마블 영화처럼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등장하는 별도의 '쿠키 영상'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쳐' 역시 시즌 1, 2, 3 모두 정식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쳐' 시즌 3의 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쿠키 영상보다 더 강력하고 결정적인 '쿠키'이자 '절벽(클리프행어)'입니다.
시즌 3 결말 (스포일러 없는 해석)
: 시즌 3의 마지막 회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모든 인물이 흩어지는 '파국' 그 자체입니다.
1. 마법사들의 세계(아레투자)는 거대한 음모로 인해 완전히 붕괴됩니다.
2. '게롤트', '예니퍼', '시리'라는 위태로운 '가족'은 적들의 총공세로 인해 완전히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3. 각 인물은 시즌 1처럼 다시 '홀로' 남아서 각자의 절망적인 여정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진짜 '쿠키' - 헨리 카빌의 마지막 모습
: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시즌 3의 가장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을 잃고 중립을 포기한 채, 오직 '시리'를 되찾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게롤트'의 뒷모습(혹은 비장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아는 '헨리 카빌'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시즌 4를 향한 거대한 물음표
: '위쳐'의 진짜 '쿠키'는 시즌 4에 대한 '복선'입니다. 시즌 3의 엔딩은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라고 선포하지만, 시청자들은 "과연 헨리 카빌이 아닌 리암 헴스워스의 게롤트로 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가?"라는 극 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시즌 3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한 시대의 종말'에 대한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시즌 4는 '위쳐'라는 시리즈의 '속편'이 아닌 사실상의 '리부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