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TV 애니메이션 1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제작사 MAPPA는 '극장판'이라는 가장 거대한 무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원작 팬들 사이에서 '체인소 맨' 1부의 심장이자 가장 잔혹한 '성장통'으로 불리는 바로 그 '레제편'입니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단순한 극장판이 아닙니다. 이것은 '소년' 덴지가 '청년'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가장 순수하고도 가장 폭발적인 감정의 파편입니다. '무한열차'가 '신념'에 대한 이야기였고, '주술회전 0'이 '순애'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레제편'은 '갈망'과 '비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연 스크린에 구현된 덴지의 첫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스포일러 없이 그 거대한 폭발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1. 줄거리 : "나, 여자친구 생길지도 몰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이야기는 TV 애니메이션 1기(공안 편)가 끝난 직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데블 헌터로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덴지'입니다. 그는 여전히 '아키', '파워'와 함께 티격태격하며 지내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마키마' 씨와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덴지 앞에, 운명처럼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레제'입니다. 비 오는 날 밤, 공원의 전화박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덴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옵니다. 그녀는 덴지의 서투름을 비웃지 않고, 그의 엉뚱한 말에 웃어주며, 심지어 그에게 '학교'라는 평범한 일상을 가르쳐 줍니다. 덴지에게 '마키마'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을 '덴지'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듯한 첫 번째 인물입니다. 덴지는 생애 처음으로 '사랑'과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져듭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체인소 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풋풋하고 설렘 가득한 '청춘 로맨스물'처럼 전개됩니다. 덴지는 레제와 함께 야간 학교를 구경하고, 축제에 가며, 난생처음 '평범한 10대'의 행복을 맛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리고 덴지 자신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체인소 맨'의 세계에서 '평범한 행복'은 가장 사치스러운 환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덴지의 이 순수한 로맨스는 그가 '체인소 맨'이라는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레제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알 수 없는 위협과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가 덴지를 덮쳐옵니다. 덴지는 '체인소 맨'으로서의 잔혹한 현실과 '레제'라는 달콤한 도피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덴지의 순진한 첫사랑은 도시 전체를 무대 삼는 거대하고 끔찍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 날 운명에 처합니다. 이 영화는 덴지가 그토록 갈망했던 '사랑'이 어떻게 가장 잔혹한 '악몽'이 되어 그를 집어삼키는지, 그 처절한 과정을 숨 쉴 틈 없이 그려냅니다.
2. 등장인물 및 배우 (성우) : 운명의 소용돌이에 선 인물들
'레제편'은 덴지와 레제, 단 두 사람의 감정선에 극도로 집중하면서도, 기존 인물들이 그들의 세계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줍니다. 성우진의 열연은 이 비극을 완성하는 핵심입니다.
- 덴지 (성우: 키쿠노스케 토야)
: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1기에서 '생존'을 위해 싸웠다면, '레제편'의 덴지는 '행복'을 위해 고뇌합니다. 키쿠노스케 토야 성우는 1기에서 보여준 날것 그대로의 멍청하고 순수한 덴지의 목소리에 '사랑'을 처음 알게 된 소년의 설렘과,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의 처절한 절규를 완벽하게 더했습니다. 특히 레제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서툰 모습과 '체인소 맨'으로서의 광기 어린 폭주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덴지의 '성장통' 그 자체를 표현합니다. - 레제 (성우: 우에다 레이나)
: '레제편'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그녀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녀는 덴지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소녀'입니다. 카페에서 일하며, 성숙하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며, 덴지를 이해해 주는 듯한 포용력을 가졌습니다. '귀멸의 칼날'의 '카나오' 등으로 유명한 우에다 레이나 성우는 이 캐릭터의 핵심인 '순수함'과 '위험함'이라는 양면성을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그녀의 나른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는 덴지(그리고 관객)를 순식간에 매료시키며, 이 비극적인 서사에 압도적인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그녀는 '체인소 맨' 세계관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임을 스크린을 통해 증명합니다. - 아키 & 파워 (성우: 사카타 쇼고 & 파이루즈 아이)
: 덴지의 '현재'를 상징하는 '가족'입니다. 이 극장판에서 두 사람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덴지가 '레제'라는 새로운 세계와 갈등할 때, 그가 지켜야 할 '일상'의 기준으로 굳건히 자리합니다. 아키는 여전히 덴지의 보호자로서 냉철한 조언을 던지며, 파워는 여전히 덴지의 '첫사랑' 따위에는 1도 관심 없는 혼돈의 화신으로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 마키마 (성우: 쿠스노키 토모리)
: 덴지의 '지배자'인 존재입니다. 덴지가 '레제'에게 빠져들수록, '마키마'라는 존재의 무게감은 더욱 커집니다. 덴지는 레제와의 '평범한 행복'과 마키마 씨의 '개가 되는 행복'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당합니다. 쿠스노키 토모리 성우는 이번 극장판에서도 많지 않은 등장만으로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덴지의 모든 행동이 결국 그녀의 손바닥 안임을 상기시킵니다.
3. 전체 리뷰 : 2025년 가장 잔혹하고 아름다운, '액션 블록버스터 비극'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한마디로 'MAPPA가 만든 100분짜리 심장 파괴 폭탄'입니다. 2025년 개봉한 모든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고, 가장 처절하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완벽한 '톤'의 변주
: 이 영화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장르의 파괴'입니다. 영화는 10대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청춘 로맨스물'로 시작합니다. 덴지와 레제가 나누는 대화, 그들이 함께하는 소소한 일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한 장면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분위기는 단 한순간에 '체인소 맨' 특유의 피와 내장이 튀는 하드코어 액션 스릴러로 돌변합니다. 이 극단적인 '톤의 낙차'는 관객의 감정을 그야말로 박살 내며, 덴지가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스크린 밖에서 그대로 체험하게 만듭니다. - MAPPA, 한계를 넘다
: 1기에서 보여준 작화가 '혁신'이었다면 '레제편'은 '폭발'입니다. 원작에서도 가장 스케일이 큰 전투로 꼽히는 '그 전투' 시퀀스는 TV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장판의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되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수십, 수백 개의 폭발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장면은 '아키라'나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이 주었던 시각적 충격을 2025년의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냅니다. 3D CG와 2D 작화의 경계를 허문 MAPPA의 기술력은 이 영화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 덴지의 '진짜' 성장통
: '레제편'은 덴지에게 '첫사랑'을 선물하고, 그 '첫사랑'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빼앗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덴지는 처음으로 '심장'을 가진 인간으로서 고뇌하고 성장합니다. 단순한 '개'가 아닌 '인간' 덴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체인소 맨' 1부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성장 서사'입니다. - 음악의 힘
: '체인소 맨' 1기에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던 '켄스케 우시오'의 음악은 이번 극장판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로맨틱한 장면에서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모든 것이 폭발하는 전투씬에서의 심장을 쪼개는 듯한 인더스트리얼/노이즈 사운드의 극단적인 대비는, 이 영화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물론, 원작 특유의 거친 B급 감성과 잔혹한 묘사는 여전하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원작의 정수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구현해 냈습니다. 팬들에게는 '선물'이자, 입문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2025년 최고의 문제작이자 걸작입니다.
4. 쿠키 (있음) : 엔딩 크레딧 후, 절망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을 관람할 예정이시라면, 본편이 끝난 후 흘러나오는 엔딩 크레딧(아마도 매우 감성적이고 처절한 주제가)를 견뎌내신 후에도 절대,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술회전 0'나 '무한열차'가 그랬듯이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 '쿠키 영상'이 존재합니다.
- 쿠키 영상의 성격 (스포일러 없음)
: 이 쿠키 영상은 '레제'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에필로그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던진 거대한 비극의 여운을 정리할 틈도 없이, 곧바로 '다음 시즌(TV 2기)'을 향한 '방아쇠'를 당기는, 매우 중요하고도 불길한 '프롤로그'입니다. - 쿠키 영상의 내용 (힌트)
: 본편의 모든 사건이 정리된 후, 쿠키 영상은 '마키마'의 시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혹은, '덴지'와 '아키', '파워'가 모여있는 공안 대마특이 4과의 일상을 잠깐 비추며 안심시키는 듯하다가,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암시합니다. 원작의 순서를 따른다면, 이 쿠키 영상은 '레제편'의 소동을 듣고 전 세계에서 '체인소 맨의 심장'을 노리기 위해 모여드는 '새로운 적들'의 존재를 암시할 것입니다. - 이 쿠키가 '필수'인 이유
: '레제 편'이 덴지의 '개인적인' 비극이었다면, 이 쿠키 영상은 덴지가 이제 '국제적인' 위협의 중심이 되었음을 알리는, '체인소 맨' 2부(TV 2기)의 핵심 복선인 '자객편(국제 암살자 편)'의 서막을 여는 장면입니다. '레제 편'의 충격적인 결말을 목격한 관객들에게 "이것은 끝이 아니라 더 큰 지옥의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하는 제작진의 가장 잔인하고도 완벽한 '다음 편 예고'입니다. 이 쿠키를 보지 않는다면, '체인소 맨'의 다음 챕터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