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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줄거리/등장인물/전체 리뷰/쿠키 (스포일러 없음)

by Every.any.something 2025. 10. 31.

<28일 후>가 좀비 장르를 '감염자'라는 개념으로 바꾸며 심장을 멎게 했고, <28주 후>가 절망적인 확산을 그리며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다면, 2025년 6월에 돌아온 <28년 후>는 그 모든 것의 '이후'를 이야기합니다.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갈랜드 각본가가 다시 뭉쳤고, 킬리언 머피가 '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만으로도 개봉일은 축제였습니다. 새로운 3부작의 문을 연 이 영화는 과연 17년의 기다림을 보상했을까요? 스포일러 없이, 그 거대한 서사를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샅샅이 파헤쳐 봅니다.


Part 1. 줄거리 : 28년이 만든 새로운 세상, 그리고 남겨진 자들

<28년 후>의 가장 영리한 지점은 우리가 기대했던 '또 다른 생존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가 영국을 휩쓸고 지나간 지 28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런던은 더 이상 불타지 않고, 감염자들의 끔찍한 비명도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자연은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문명을 집어삼켰습니다. 도시는 거대한 숲이 되었고, 생존자들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시간'과 '고립'에 적응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이 영화는 더 이상 '감염자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바이러스 사태 이후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와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는 '이전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를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주인공 일행(조디 코머, 에런 테일러존슨, 잭 오코넬 등)은 바이러스의 위협이 거의 사라졌다고 믿어지는 비교적 안전한 공동체에 속해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각자 28년이라는 세월이 남긴 상처와 결핍이 존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안식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는 감염자의 습격과는 또 다른, 훨씬 더 근본적이고 거대한 위협입니다. 생존자들은 런던을 넘어, 28년 전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곳으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을 떠나야만 합니다. 이 여정 속에서 그들은 분노 바이러스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감염'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파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그들은 28년 전 홀로 병원에서 깨어났던 '그 남자', 짐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그는 구원자일까요, 아니면 28년 묵은 절망의 상징일까요?

Part 2. 등장인물 및 배우 : 새로운 세대와 돌아온 전설

조디 코머, 에런 테일러존슨, 잭 오코넬 (새로운 생존자 그룹)
: <28년 후>는 영리하게도 새로운 3부작의 문을 열 주역으로 '새로운 피'를 선택했습니다. 조디 코머, 에런 테일러존슨, 잭 오코넬은 각각 다른 사연을 가진 생존자들을 연기합니다. 조디 코머는 '킬링 이브'에서 보여준 광기와는 정반대로 강인한 생존력과 그 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극의 감정선을 이끕니다. 그녀는 이 황폐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인물입니다.

에런 테일러존슨은 28년이라는 세월에 완벽히 적응한 생존자이면서 가장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생존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조디 코머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잭 오코넬은 이들 그룹의 행동대장이자 과거의 트라우마에 얽매여 있는 복잡한 인물을 맡아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더합니다.

이 세 배우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닌, '28년 후'라는 시대가 빚어낸 각각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며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냅니다.

레이프 파인스 (미스터리한 공동체의 리더)
: 이름만 들어도 신뢰감이 드는 레이프 파인스는 영화의 중반부부터 등장하며 극의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시킵니다. 그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 거대 생존자 집단의 리더입니다. 그는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서늘한 카리스마로 주인공 일행을 맞이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안전'과 '미래'는 너무나도 달콤하지만, 관객들은 그가 <28주 후>의 미군이나 <28일 후>의 군인들처럼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시리즈의 공식을 따르게 될까 봐 숨죽이게 됩니다. 그의 존재는 이 영화가 단순한 생존 스릴러를 넘어,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킬리언 머피 (짐)
: 모두가 기다렸던 '짐', 킬리언 머피의 귀환은 완벽했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28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증명합니다. <28일 후>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은 28년이 지나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크 나이트>의 알프레드처럼 새로운 주인공들을 돕는 조력자도 아니고, <로건>의 로건처럼 영웅적인 최후를 맞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는 그저 28년 동안 살아남은 '생존자' 그 자체이며, 짐의 존재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킬리언 머피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기대를 120% 충족시키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처연한 눈빛 연기를 선보입니다.

Part 3. 전체리뷰 : 공포를 넘어 철학으로, 완벽한 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28년 후>는 17년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 기다림이 필요했음을 증명하는 '걸작의 귀환'입니다.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갈랜드 각본가는 자신들이 열었던 '달리는 감염자'라는 신세계를 답습하는 대신에 그 세계관을 완벽하게 확장하고 다음 단계로 진화시켰습니다. 이 영화는 더 이상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Jumpscare)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시리즈 특유의 거친 핸드헬드 카메라 워크와 심장을 쪼개는 듯한 존 머피의 테마 음악 변주,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찬 감염자들의 질주는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오는 감염자가 아니라,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간성이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재건되는지를 보여주는 그 냉정한 시선에 있습니다. 영화는 '분노'라는 감정이 과연 바이러스만의 것인지, 아니면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본성인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킬리언 머피의 '짐'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상징한다면, 조디 코머를 위시한 새로운 인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알렉스 갈랜드의 각본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세대 갈등', '기억의 유산', '공동체의 이기심'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완벽하게 녹여냈습니다. 대니 보일의 연출은 황폐하게 변해버린 런던의 풍경을 압도적인 비주얼로 담아내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공포 영화가 아니라, 공포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처절하고도 지적인 휴먼 드라마입니다.

Part 4. 쿠키 (있음) : 다음 3부작을 위한 거대한 서막

가장 궁금해하실 쿠키 영상 정보입니다.

네, <28년 후>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단 하나의 매우 중요한 쿠키 영상이 존재합니다. 17년을 기다린 팬들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2, 3편을 기다릴 관객이라면 절대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영상입니다. 이 쿠키 영상은 본편의 에필로그나 개그 컷이 아닙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28년 후>가 3부작의 '파트 1'임을 선언하는 다음 편을 위한 거대한 '프롤로그'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이 쿠키의 중요성을 설명하자면, 이 영상은 <28년 후> 본편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대'를 제시합니다. 본편의 이야기가 28년 동안 '영국'이라는 고립된 섬 안에서 벌어진 일에 집중했다면, 이 쿠키 영상은 카메라의 시점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려버립니다.

이 짧은 영상 하나로 인해, 우리는 '분노 바이러스'라는 재앙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며, 다음 편에서 킬리언 머피의 '짐'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한 거대한 힌트를 얻게 됩니다. <28년 후>의 결말이 하나의 챕터를 닫는 느낌이었다면, 이 쿠키 영상은 그 챕터가 훨씬 더 거대한 책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합니다. 다음 편을 2년(혹은 그 이상)을 또 어떻게 기다려야 해야 할 수도 있지만, 행복한 절망감을 안겨주는 완벽한 쿠키이니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