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는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흥행 공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법정물속에서 '에스콰이어'만의 특별함은 무엇이었을까요? 2025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JTBC 드라마이자 넷플릭스에서 정주행 가능한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 '에스콰이어(Esquire)'라는 제목에 걸맞게 막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님'자 붙이기 애매한 신입들이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진욱의 냉철한 카리스마와 정채연의 당찬 열정이 만난 대형 로펌 '율림'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는 철저히 배제하고, 이 드라마가 왜 매력적인지 4가지 파트로 나누어 심층 분석하여 소개드립니다.

Part 1. 줄거리 : '변호사'와 '진짜 변호사' 그 사이의 성장통
드라마 '에스콰이어'의 서사는 대한민국 최고로 손꼽히는 대형 로펌 '율림'의 치열한 송무팀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야기는 법전 속의 정의를 믿는, 순수하지만 사회생활 스킬은 0에 가까운 신입 변호사 '강효민'이 율림에 입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의 사수는 하필이면 율림에서 가장 냉철하고, 오직 승소율과 효율만을 따지는 스타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입니다. 석훈에게 신입 효민은 그저 이상론에 빠져 현실 감각 없는 '수습' 딱지를 떼지 못한 햇병아리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효민에게 석훈은, 의뢰인의 눈물보다 수임료와 승소 가능성을 먼저 따지는 '괴물'처럼 보입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는 이처럼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하나의 팀으로 묶여 온갖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에스콰이어'는 단순한 법정 공방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변호사란 무엇인가?', '진정한 변호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신입의 시선을 통해 끊임없이 던집니다. 효민과 그녀의 동기들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의뢰인의 절박함과 법의 한계 사이에서 고뇌하며 성장합니다.
드라마는 매 에피소드마다 대기업 간의 거대 소송부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하지만 절박한 민사 사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건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 석훈과 뜨거운 공감의 소유자 효민은 서로를 비난하고, 또 서로에게 배우며 각자의 방식으로 '진짜 변호사'의 의미를 찾아 나갑니다. 과연 효민은 율림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꿈꾸던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음장 같던 석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Part 2. 등장인물 및 배우 : 극과 극의 매력, 율림 송무팀
윤석훈 (배우 이진욱)
: 이진욱은 '윤석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냉철한 뇌섹남'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율림 송무팀의 팀장이자 에이스인 석훈은 감정 소모를 극도로 싫어하며, 오직 데이터와 논리, 그리고 승소라는 결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그에게 변호사는 의뢰인의 감정을 위로하는 상담사가 아니라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자'입니다.
이진욱은 특유의 깊은 눈빛과 정확한 딕션으로 수많은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재판 장면에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하지만 마냥 차갑기만 한 인물은 아닙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그가 왜 이토록 냉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과거의 서사가 드러나며, 신입 효민의 순수한 열정에 조금씩 흔들리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진욱표 '어른 남자'의 매력이 냉철한 프로페셔널리즘과 만나 시너지를 폭발시킵니다.
강효민 (배우 정채연)
: 정채연은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현실 감각은 다소 부족한 이상주의자 신입 변호사 '강효민' 역을 맡아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효민은 당차고 정의롭지만 때로는 그 열정이 과해 선을 넘기도 하는 '성장형'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석훈의 냉철한 논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의뢰인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합니다. 정채연은 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신입 변호사의 모습을 특유의 맑은 이미지와 당찬 에너지로 소화해 냈습니다.
특히, 연이어 터지는 사건들 속에서 현실의 쓴맛을 보며 좌절하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강효민'의 성장통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진욱과의 '사수-부사수' 케미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성장시키는 장면들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주변 인물 (배우 이학주, 전혜빈 등)
: 이학주와 전혜빈을 비롯한 '율림'의 동료 변호사들은 극의 현실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축입니다. 이학주는 현실적인 감각과 유머를 겸비한 중간 관리자 '이진우' 변호사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 캐릭터는 석훈과 효민 사이의 완충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전혜빈은 또 다른 워커홀릭 변호사 '허민정' 역을 맡았습니다. 효민과는 다른 방식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과 다채로움을 더합니다. 이들 외에도 각자의 사연을 가진 신입 동기들과 율림의 파트너 변호사들이 얽히고설키며 대형 로펌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생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Part 3. 전체 리뷰 : 익숙한 법정물, 따뜻한 성장 드라마의 매력
'에스콰이어'는 '천재 변호사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자극적인 법정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성장'에 있습니다. 변호사 배지를 막 달고 나온 신입들이 겪는 혼란과 고뇌,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니어 변호사들의 복잡한 시선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에 참여한 만큼, 대형 로펌의 내부 시스템이나 사건 처리 과정, 변호사들의 일상이 꽤나 디테일하게 묘사됩니다. 물론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몇몇 사건들은 다소 극적으로 각색되거나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결되기도 합니다. 또한, '냉철한 상사와 열정적인 신입'이라는 구도는 다른 오피스물에서도 익숙하게 봐왔던 설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콰이어'는 이 익숙한 공식을 '법조계'라는 특수한 배경 안에서 안정적으로 풀어내며,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과하지 않게 따라갑니다.
특히 매회 등장하는 다양한 의뢰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사건 해결에 그치지 않고, '정의란 무엇인가', '공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화려한 법정 공방의 카타르시스보다는 서툴렀던 신입이 의뢰인의 손을 진심으로 잡아줄 수 있는 '진짜 변호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따뜻한 '휴먼 성장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더 빛나는 작품입니다.
Part 4. 쿠키 (없음) : 성장의 문턱을 넘어선 그들
법정 드라마 팬으로서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인 바로 쿠키 영상입니다. '에스콰이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JTBC 방영작(12부작)이었던 만큼, 매회 끝이나 최종화 엔딩 크레딧 이후에 숨겨진 쿠키 영상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회의 에필로그가 이들의 미래를 충분히 보여주며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드라마가 남기는 여운은 자극적인 반전이나 시즌 2를 암시하는 떡밥이 아니라 '흐뭇한 안도감'입니다. 드라마는 '에스콰이어'라는 제목의 의미, 즉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라는 부제에 가장 충실한 결말을 냅니다.
12부작의 여정이 끝났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강효민을 '햇병아리' 신입으로 보지 않게 됩니다. 그녀는 여전히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의뢰인 곁에 설 수 있는 '변호사'로 성장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얼음 같던 윤석훈이 보여주는 미세한 변화는 그 역시 효민을 통해 '승소' 이상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에스콰이어'는 우리에게 완벽한 영웅 변호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사람'으로서의 변호사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율림의 사무실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갈 것이며, 그곳에서 효민과 석훈, 그리고 동료들이 또 다른 사건을 맡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믿음이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남긴 가장 따뜻하고 긍정적인 여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