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설레게 한 화제의 시리즈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두 배우가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틱 어나니머스'입니다. 프랑스 영화 원작의 달콤함, 한일 합작 프로젝트라는 특별함, 그리고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져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가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는 달콤함을 선사했을까요? 스포일러는 철저히 배제하고, 8부작 정주행을 마친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모든 것을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Part 1. 줄거리 : 시선 공포증 쇼콜라티에와 결벽증 후계자의 만남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세계는 달콤한 초콜릿 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쌉싸름한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치명적인 '시선 공포증'을 앓고 있는 쇼콜라티에 '이하나'(한효주)가 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이 집중되면 패닉에 빠지는 탓에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익명'의 존재로 살아갑니다.
그러던 그녀가 절박한 심정으로 면접을 보러 간 곳은 하필이면 위기에 빠진 작은 제과회사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결함을 가진 남자인 '후지와라 소스케'(오구리 슌)를 만납니다. 소스케는 유서 깊은 제과 그룹의 후계자이지만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초결벽증'과 심각한 수준의 사회성 부족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맡게 되었지만 그에게 회의나 미팅은 재앙에 가깝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처럼 연애는커녕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버거운 두 사람이 '초콜릿'이라는 유일한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에게 서툴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선이 무서운 여자와 접촉이 무서운 남자는 과연 서로의 '안전거리'를 좁히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드라마는 단순히 두 사람의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하나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천재 쇼콜라티에로서 세상에 나서는 과정과 그리고 소스케가 자신의 결벽증을 딛고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까지 두 사람의 '극복기'이자 '성장담'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8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속에서 두 사람이 각자의 껍질을 깨고 서로의 유일한 '예외'가 되어가는 과정이 달콤 쌉싸름하게 펼쳐집니다.
Part 2. 등장인물 및 배우 : 언어의 벽을 넘은 완벽한 케미
이하나 (배우 한효주)
: 한효주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도전을 완벽하게 성공시켰습니다. '시선 공포증'을 가진 천재 쇼콜라티에 '이하나' 역을 맡아서 드라마의 거의 모든 대사를 유창한 일본어로 소화해냅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는 잔뜩 경직되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지만, 초콜릿을 만들 때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열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한효주는 이 극단적인 양면성을 섬세한 눈빛 연기와 미세한 표정 변화, 그리고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 톤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특히 소스케를 만나 조금씩 용기를 얻어가며 단단해지는 하나의 내면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하나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무빙'에서 보여준 강인한 엄마의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여주'로 완벽하게 변신하여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후지와라 소스케 (배우 오구리 슌)
: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오구리 슌은 '소스케'라는 복잡한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소스케는 겉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후계자지만, 실상은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극심한 결벽증 환자입니다. 이런 그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하나'라는 존재를 만나면서, 자신의 루틴과 원칙이 깨지는 혼란을 겪습니다. 오구리 슌은 특유의 무심한 듯 시크한 매력과 그 안에 숨겨진 서툴고 순수한 모습을 절묘하게 오가며 '소스케'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하나 앞에서만 무장해제되며 당황하고 질투하는 모습은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 대비되어 큰 웃음과 설렘을 선사합니다. 한효주와의 호흡은 언어의 장벽이 무색할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두 배우가 만나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완벽한 로맨틱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주변 인물 (배우 나카무라 유리, 아카니시 진 등)
: 두 주연 외에도 나카무라 유리, 아카니시 진 등 일본의 실력파 배우들이 극을 탄탄하게 받쳐줍니다. 이들은 단순한 조력자나 방관자가 아니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하나와 소스케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합니다.
Part 3. 전체 리뷰 : 원작의 재해석, 한일 합작의 가장 좋은 예
넷플릭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이미 검증된 프랑스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하되, '일드'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한드'의 빠른 서사 전개를 영리하게 조합해 낸 수작입니다. 원작이 가진 '극단적 소심함'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유지하면서도 캐릭터 설정을 '시선 공포증'과 '결벽증'으로 현지화하고, 제과회사를 둘러싼 이야기 등 서브 플롯을 강화하여 8부작 시리즈로서의 매력을 더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유명한 츠키카와 쇼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은 두 주연 배우의 감정선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냈으며, 특히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은 그 어떤 '먹방'보다도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는 '한일 합작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한효주라는 한국 톱배우가 일본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아 이질감 없이 극을 이끌고, 오구리 슌이라는 일본 톱배우가 그녀와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도전은 대성공입니다. 오히려 두 배우가 가진 서로 다른 에너지와 매력이 만나 독특한 시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일부 설정이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자신의 결함과 트라우마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 함께 성장한다는 왕도적이면서도 가장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랑의 힘이 언어와 국경, 그리고 마음의 병까지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입니다.
Part 4. 쿠키 (있음) :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달콤한 마무리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마지막 8화의 쿠키 영상 여부! 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아주 짧지만 강력한 보너스 영상이 등장합니다. 이 쿠키 영상은 본편에서 미처 다 풀지 못했던 특정 인물들의 유쾌한 후일담을 담고 있으며, 두 주인공이 맞이한 행복한 결말에 유쾌한 방점을 찍어줍니다. 이 쿠키 영상을 보지 않고 드라마를 끝낸다면, 이 드라마가 준비한 마지막 디저트를 놓치는 것과 같습니다. 절대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바로 끄지 마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쿠키 영상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이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다음 이야기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혹시 시즌 2를 위한 작은 복선이 아닐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제작진의 가장 센스 있는 선물입니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결국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콜릿이라는 달콤한 매개체를 통하여 자신의 껍질을 깨고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한 걸음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줍니다. 정주행을 마친 지금, 입안에는 최고급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달콤함이 여운처럼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