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2021년 넷플릭스를 강타했던, 그리고 2023년 시즌 2의 문을 열었던 문제작, 연상호 감독의 '지옥'(Hellbound) 시즌 1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파헤쳐 보려 합니다. '부산행'으로 좀비 K-크리처의 새 장을 열었던 그가, 이번에는 '신'이라는 존재와 '죄'라는 개념을 들고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민낯을 정면으로 겨누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서 초자연적인 '심판'이 벌어집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해지고, 또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6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속에 거대한 두 개의 서사를 담아낸 '지옥'의 줄거리, 그 중심에 선 인물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와 충격적인 결말까지 꼼꼼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줄거리 (1~3부/4~6부) : 지옥의 시연, 그리고 신흥 종교의 시대
'지옥' 시즌 1의 서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1~3화)**는 이 지옥 같은 현상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는 '혼돈기'를 그립니다. 이야기는 서울 한복판의 카페에서 시작됩니다. 한 남자가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약속된 시간이 되자 정체불명의 거대하고 시커먼 '지옥의 사자' 3인조가 나타나 그를 무참히 불태워 살해합니다. 이 끔찍한 '시연'이 있기 전, 사람들에게는 '천사'의 형상을 한 존재가 나타나 "너는 몇 월 며칠, 몇 시에 죽는다"라고 '고지'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경찰은 이 현상을 단순 살인 사건으로 수사하려 하지만,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 초자연적 현상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이 혼란을 파고드는 인물이 바로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유아인)입니다. 그는 이 현상이 죄를 지은 인간에게 신이 내리는 '정의로운 심판'이라고 설파하며, 사람들의 공포를 자양분 삼아 거대한 세력을 구축합니다. 1부는 이 현상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 '진경훈'(양익준)과, 새진리회로부터 고지 대상자들을 보호하려는 변호사 '민혜진'(김현주)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 '박정자'가 자신의 시연을 생중계하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는 충격적인 사건을 클라이맥스로, 세상은 새진리회가 주도하는 '정의'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2부(4~6화)**는 1부의 사건으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 새진리회의 교리가 사회의 법과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한 '신세계'를 그립니다. 지옥의 시연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고지를 받는 순간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그 가족들까지 손가락질당하는 세상입니다. 새진리회의 광신도 집단인 '화살촉'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죄인들을 심판하고 폭력을 선동합니다. 2부의 주인공은 방송국 PD '배영재'(박정민)와 그의 아내 '송소현'(원진아)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갓 태어난 아기 '튼튼이'가 지옥행 고지를 받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합니다. 새진리회의 교리("오직 죄인만이 심판받는다")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이 사건을 덮으려는 새진리회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도망자가 된 부부,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해 다시 나타난 변호사 '민혜진'의 처절한 사투가 2부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2️⃣ 주요 등장인물 및 배우 : 신념, 이성, 그리고 사랑의 이름으로
'지옥'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아닌, 그 현상을 마주한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각자의 신념을 대변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 정진수 의장 (유아인)
: 1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이 거대한 세계관을 설계한 인물입니다. 유아인은 광기 어린 교주가 아닌, 나른하고 공허한 눈빛,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투로 '새진리회'의 교리를 설파하는 '정진수' 의장 역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습니다. 그는 신의 의도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찾지 말고, 두려워하라. 그 두려움이 인간을 정의롭게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왜 이토록 신의 '심판'에 집착하는지, 그가 숨기고 있는 거대한 비밀은 시즌 1 후반부의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 민혜진 변호사 (김현주)
: 새진리회의 '광기'에 맞서는 '이성'과 '합리'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죄인'이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 종교 집단과 싸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1부에서 모든 것을 잃고 사라졌다가, 2부에서 '화살촉'과 새진리회에 맞서는 지하 저항 조직 '소도'의 리더로 돌아온 그녀의 강인함은 김현주라는 배우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었습니다. - 배영재 PD (박정민)
: 2부의 주인공이자, 시청자들에게 가장 깊은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킨 인물입니다. 그는 이 지옥 같은 현상에 무관심했던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갓난아기가 심판의 대상이 되자, 그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박정민 배우는 혼란과 절망,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부성애를 현실감 있게 연기하며 2부의 감정선을 하드캐리했습니다. - 진경훈 형사 (양익준) & 화살촉 BJ (김도윤)
: 양익준은 아내의 살인범을 증오하면서도 '정의'의 의미를 고뇌하는 형사 '진경훈'을, 김도윤은 화살촉 BJ로 분해 대중의 광기를 선동하는 모습을 소름 끼치게 연기하며 극의 리얼리티를 더했습니다.
3️⃣ 전체 리뷰 및 감상평 : '연상호 월드'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지옥'은 '부산행', '반도', '사이비' 등을 통해 연상호 감독이 꾸준히 탐구해 온 '연상호 월드'의 집대성입니다. 그는 '좀비 사태' 혹은 '초자연적 심판'이라는 재난 상황을 설정하고, 그 극한의 공포 속에서 인간의 민낯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지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지옥의 사자들이 아닙니다. 진짜 지옥은 '신의 뜻'을 멋대로 해석하고, '죄인'을 낙인찍으며, 서로를 심판하고 폭력을 가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이 세상 그 자체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새진리회와 화살촉이라는 집단을 통해, 맹목적인 믿음과 집단 광기가 이성적인 사회 시스템을 얼마나 쉽게 마비시킬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6부작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정진수는 그 답을 '공포를 통한 강제적 정의'에서 찾으려 했지만, 2부의 배영재 부부는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희생'에서 찾습니다. 그들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몸으로 지옥의 사자들을 막아서는, 어쩌면 신의 의도에 반하는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합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지점에서 '신'의 정의가 아닌 '사람'의 사랑에 손을 들어줍니다. 물론, 지옥의 사자들을 구현한 CG가 다소 투박하고(마치 헐크 같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1부와 2부의 주인공이 교체되면서 서사가 단절되는 느낌을 준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6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안에 이토록 거대한 세계관과 철학적 질문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연출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지옥'은 단순한 크리처물이 아닌, 2021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 가장 날카로운 사회 고발 드라마였습니다.
4️⃣ 결말 해석 및 쿠키 정보(없음) : 부활한 자, 그리고 깨진 신념
'지옥' 시즌 1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두 개의 엔딩으로 마무리되며 시즌 2에 대한 거대한 복선을 던졌습니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 첫 번째 충격은 '아기의 생존'입니다. 새진리회가 숨기려 했던 '갓난아기 시연' 현장. 배영재와 송소현은 아기를 품에 안고 지옥의 사자들의 불길을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부모는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들이 감쌌던 아기는 기적처럼 살아남습니다. 신의 심판이 '죄'와 상관없이 무작위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부모의 희생'이라는 인간의 사랑이 신의 의지를 거스를 수도 있음을 암시하며 새진리회의 교리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민혜진은 이 '기적의 아기'를 안고 사라집니다.
🍪 쿠키 영상(최종 장면) 정보
: 진짜 충격은 엔딩 크레딧 직전에 나옵니다. '지옥' 시즌 1에는 별도의 포스트 크레딧 쿠키 영상은 없지만, 마지막 1분이 사실상의 쿠키 영상이자 시즌 2의 모든 것을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화면은 1부(3화)에서 전 국민 생중계로 처참하게 '시연' 당했던 박정자가 안치된 장소를 비춥니다. 그곳에는 그녀의 재가 된 유해만 남아있습니다. 그 순간, 검은 재들이 갑자기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더니, 박정자가 불타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서 부활(Resurrection)**합니다.
이 장면은 '지옥'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지옥행'이 편도 티켓이 아니었다는 것, '심판'이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렇다면 그동안 죽었던 사람들은?", "정진수가 말한 지옥은 존재하는가?", "부활한 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수만 가지 질문을 던지며 시즌 1은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 복선은 2023년 공개된 시즌 2에서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합니다.) 이 충격적인 부활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지옥' 시즌 1이 남긴 최고의 즐거움이자 숙제였습니다.